오랫동안 주변에서 나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들어온 이야기이고 나도 알고있었지만 잠깐이라도 멈추면 다시 뛰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멈춘 사이 일이 밀려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았다. 기대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킬 것 같았다. 계속 뒤쳐지게 될까 두려웠다. ‘이것밖에 안되는걸까..’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다. 결국에 제대로된 휴식은 못가졌다. 나를 돌볼 수 있는 기회는 계속 있었고 어떤날에는 나를 돌보기 위해 뭔가 시도하기도 했지만 원점으로 돌아오는건 한순간이었다.
그렇게 허술하게 매꾸고 외면하고 참았던 것이 이번에는 크게 터져버렸다. 내 몸을 내 의지로 움직이는게 너무나 불편했다. 내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뭔가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우연하게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은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은 약을 처방받고 푹자고 에너지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게되어 좋다고 말하며 나에게 정신과 방문을 권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추천받은 병원으로 진료 예약을 마쳤다.
그러고는 예약 날짜까지 몇일만 참아보자 다짐했지만, 몇일을 참는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월요일, 화요일.. 집중력은 점점 떨어지고 머리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계속 잠이오고 피곤했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니 효율도 일의 퀄리티도 떨어져서 자존감마저 바닥을 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일을 그만두고싶었다.
이런 상황을 매니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 작년 말 부터였다. 이번에도 매니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감사하게도 바쁜 와중에 연달아 휴가를 쓸 수 있었다.
SNS에서 이런 글을 본 적 있는데,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면 그것을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그래야 다음에도 넘어지지않게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나는 이미 작년에 걸려 넘어졌던 그것에 또 걸려 넘어진셈이다.
내 하루에 쉼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남은 시간을 계속 새로운 일로 채웠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지 않고 닥치는대로 해내려고 한 것이 환경적인 문제일 것이다.
나를 과대평가 하는 경향, 완벽하게 해내려는 경향, 미룰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경향은 내 성향의 문제일 것이다.
매주 나를 궁지에 몰고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 나를 채찍질하면서 일을 마무리한다. 이런 패턴이 습관이 되면서 언젠가부터는 촉박하지 않으면, 밤 12시를 넘기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하고 있는데, 잘 이겨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원래 정신이 나약한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무엇이 나를 약하게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힘들 때 어떤 표정을 하는지 잊어버린 것만 같다. 특히 타인에게 더 그렇다. 뭐든지 웃음으로 덮으면서 ‘저는 괜찮아요‘ 하고 티내지 않으면 내가 나약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하고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왔다. ‘집’ 그리고 ‘내 방’은 나에게 더이상 편안한 공간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내 방에서 온전한 휴식을 가지기 어려웠다. 아마도 재택근무와 퇴근 후 개인 프로젝트, 외주, 대학원 수업이 쉬는 시간동안에도 내 머릿속에서 나를 채찍질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몇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그런데 요 몇일만은 그냥 해결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에 하고싶은 일을 조금씩 해야겠다.
오늘의 일기처럼, 생각없이 걸었던 것 처럼 잠깐 마음가는대로 하고.. 그리고 다시 시작해야지.
집에가서는 그림을 그려야지. 졸리면 그냥 누워서 자버려야지.
부디 이 시기를 건강하게 넘기고 다시 즐겁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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