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재난문자가 여러개 왔다.
이제는 익숙해질때도 된 마스크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실내에서는 숨이 턱턱 막힐때도 있다.
이 시국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 자체가 사치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영화가 꼭 보고싶었다. 어쨌든 그래서 영화관에 들러 마스크 쓰고 톰보이를 보았다는 이야기.

포스터에 등장한 뚱한 표정의 아이. 언뜻봐서는 성별을 알 수 없다. 바로 이 아이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이사온 주인공에게 말을 건내며 다가선 리사라는 소녀와 로레(주인공)가 만나며 본적적으로 진행된다.
영화는 로레가 왜 자신의 성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설명하려하지 않고, 남자로 보이고싶어하는 로레를 조용히 관찰한다.
그리고 리사와의 관계로 시선을 옮긴다. 둘은 이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는 대부분 주인공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소녀의 성장을 조용히 응원한다.
그래서 두 소녀의 관계가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이 사랑의 시작이 될지, 우정의 시작이 될지 모르겟다.
하지만 그것 또한 파란색 드레스와 미카엘을 모두 벗어던진 로레가 선택할 문제.
아이들은 여자들끼리 사귀는것이 역겹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것이 왜 역겨운 일인지 이유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이유를 설명해줄수도 있는 어른인 내가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만약 생물학적으로 다른 성을 사랑해야할 이유가 번식과 생존의 필요에서 왔다고 가정했을 때, 번식과 생존의 필요가 줄어든 시대에서 꼭 다른 성을 사랑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영화가 신체적인 특징 외에는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모호한 유년기의 시절을 그리면서, 신체적인 차이를 제외한 사람대 사람으로서의 끌림. 그리고 사회적 통념과 편견에 구애받지 않는 사랑의 본질을 더 잘 드러내고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톰보이를 보고 왔다하니 평소 퀴어 이슈에는 관심이 없던 친구가 이 영화를 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을때는 조금 놀랐다.
그래서 친구에게 네가 좋아할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어린 아이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영화의 스토리라고 말해주었더니,
자신의 딸이 이런 상황이 왔을때,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궁금하다며 영화를 더 보고싶어 했다.
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자마자 문득 그날 영화를 같이 보았던 나이든 부부와 젊은 여자 커플들의 감상이 궁금해졌다.
30대 초반,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조금은 열려있는 여자인 내가 본 톰보이는 성장영화이자 사랑영화이고, 사회 통념과 편견이 세상을 보는 시선을 얼마나 가로막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다.
나의 시선과는 또다른 시선으로 영화을 보게될 친구의 감상이 너무나 궁금해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