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28

아침부터 우는소리에 잠에 깼다.

유투브를 사랑하는 엄마는 아침마다 유투브를 틀어놓으시는데 오늘은 정치 관련 영상이었다.

인혁당 사건으로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당한 피해자들의 유가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과 요구를 하며 오열하는 소리에 자고있던 내가 깬 것 이다.

나는 부끄럽게도 역사 멍청이이기 때문에 뒤늦게 검색을 통해 인혁당 사건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우는소리 나는 영상을 틀었다고 엄마에게 한소리 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엄마는 주로 아침에 유투브를 크게 틀어놓고 집안일을 하시는데, 이때 듣는 내용이 내 최근 시사 지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아침도 유투브로 역사 지식을 하나 얻었으니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을 정도의 시사 지식을 가지게 해 준 엄마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정말로 놀라운 경험을 했는데, 그 기분을 간직하고 싶어 일기를 쓰기로 했다.

한참 서두르던 출근길이었다. 포스코 사거리에 다다른 즈음 보도 한복판에 죽어있는 새를 보았다.

새는 형체가 거의 온전했고, 그래서 무엇때문에 죽었을지 이유는 모르겠다.

1

어릴때부터 동물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지라 그 자리를 쉽게 지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어서 발걸음을 떼다가 작년 언젠가 신도시의 한적한 차도에 쓰러져있던 아기고양이를 보았던일이 생각났다.

길게 보지는 못했지만 한눈에 봐도 작은 고양이는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고 온전한 상태로 중앙 차선에 누워있었다.

나는 그때 엄마 차에 동생과 함께있었고 나와 동생은 내려서 고양이를 인도로 옮겨주고 싶어 차를 멈춰달라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차도 한복판에서 신호도 없이 달리는 차를 멈추는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그 자리를 그냥 지나쳤다.

그때 기억이 상당히 오랫동안 남아있었고, 가끔 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그 일이 생각나기도 했다.

내가 그 고양이를 인도나 흙 근처로 옮겨주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사실 크게 달라지는것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내 마음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는 있었을 것 같다.

2

예전에 엄마아빠와 시골로 트레킹을 갔다가 한적한 길에서 바둑이 한마리를 만난 일도 생각이 난다. 그 강아지는 길에서 생활한 것 같았지만, 오랫동안 떠돌이 생활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강아지에게 눈을 떼지 못했고 강아지는 나를 반기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내가 걸음을 옮기자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슬펐던 것은 나를 따라오는 강아지의 다리가 다쳤다는 것을 알게된때였다. 아마 차에 치이거나 어딘가에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동행이 여러명 있었기에 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길이 차도였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길 쪽으로 가자고 했고 사람이 있는 길로 이동하여 걸으며 주민들에게 강아지의 주인이 있냐고 물었다.

주민들은 아마 누군가의 강아지일것이라 말하면서도 정확하게 누가 주인인지는 몰랐다.

엄마는 트래킹 다니다보면 이런 강아지를 종종 만나게 된다고 하면서, 만날때마다 도와주고 싶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도움을 줄 수 없으니 행복을 빌며 자리를 뜨는게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했다.

강아지는 계속 우리를 쫓아왔지만 일행 중 한명이 큰 소리를 내어 강아지를 멀리 보냈다.

그리고 오늘 그 강아지의 사진을 오랫만에 꺼내보았다.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냥 건강하게 잘 있기를 기도해주는 것 밖에 없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그래서 나는 지나치던 발걸음을 멈추고 가방에 휴지가 있는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돌아가서 휴지 몇장으로 새를 감싸들고 근처의 나무와 얼마안되는 흙이 있는곳으로 새를 옮겼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새는 너무 작고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가벼웠다.

새를 옮기고 다시 가던길로 걸음을 옮겼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자꾸 났다.

이런저런 일들이 자꾸 생각났다.

출근해서는 손을 깨끗히 씻고 죽어있던 그 새가 어떤 새였는지 검색해봤다. 아마도 그 새는 박새였던 것 같다.


내가 눈물이 난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새에 대한 미안함? 착한일을 했다는 뿌듯함? 그동안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행동을 직접 한 이후의 성취감? 뭐 별의별 이유를 다 댈수는 있겠다.

그래도 오늘 있었던 일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내가 아기 고양이를 지나친 일을 오래 기억하듯.


점심시간에 그 길을 다시 지나게됐다. 새는 아직 내가 옮긴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저녁 퇴근길에 다시 보니 새는 사라져 있었다. 동물의 사체는 일반쓰레기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새는 아마도 쓰레기통에 버려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잔인하고 못된 인간들 중에도 한명쯤은 자기를 생각해준 인간이 있었다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생각하니 자꾸 코가 찡해진다. 오늘의 일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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